조선 선조 때 학자이며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조헌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를 맞이했습니다.
조헌은 계모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겼으나, 계모는 그를 매우 엄하고 가혹하게 다루었습니다.
어느 날 조헌이 외가에 갔더니 외할머니가 조헌을 붙들고 울면서 계모의 학대를 들추어 푸념했습니다.
조헌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집으로 돌아온 뒤 한동안 외가에 가지 않았습니다.
몇 달 후 조헌이 외가에 가자 외할머니는 그 동안 왜 한 번도 오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저번에 할머님께서 어머니의 잘못을 들추셨을 때 자식된 도리로 도무지 민망해서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그 몸을 빌려 태어나지는 않았을망정 엄연한 어머니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차마 그 동안 찾아뵐 수가 없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조헌의 깊은 효성과 공경심에 놀라 다시는 그의 앞에서 계모의험담을 하지 않았습니다.
계모도 마침내 조헌의 지성에 감복하여 자기가 낳은 자식들보다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죽자 밤낮으로 통곡하며 슬퍼했습니다.
“어찌 이런 인물을 다시 보랴. 다만 다른 어미의 몸을 빌려 태어났다 뿐이지, 이 애야말로 진실한 내 아들이다.”
흔히 대인 관계는 상대적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어떤 때는 내가 하기에 따라 가족의 반응이달리 나타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역시 절대적 사랑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러한 가족 관계 속에서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나 역시 절대적 사랑을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