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유명강사를 찾아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친구와 함께 강원도까지 갔던 적이 있었다.
남다르게 강의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한두 시간 강의를 듣고 곧장 광주로 다시 내려와야 했음에도
피곤함을 전혀 느끼지 않았을 만큼
강의에 대한 큰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그 때 함께 동행 했던 친구는
학교 성적도 매우 우수했고, 머리가 좋아서인지
메모를 전혀 하지 않고
강의를 듣는 모습이 매우 여유 있어보였다
그래서 그때는 여유 있게 듣는 친구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나는 그 친구에 비해 머리가 겸손했던 탓에
강의시간 내내 메모해서 복습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무엇이든 메모하면서
일하고 생활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20여년이 지난 지금
가끔 그 친구와 옛날에 함께 들었던
그때 그 강의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나는 지금도 그 강의를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그 친구는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강사 이름도 기억을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항상 강의를 들으면서 메모를 했고
그 내용을 몇 번씩 더 보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친구보다 훨씬 지속력이 강한 기억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내용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신비로울 정도로 우수하면서도,
또한 때에 따라서는 아주 둔한 것이 바로 우리의 뇌이다.
인간의 뇌는 침팬지보다도
순간 기억력이 나쁠 정도라고 하니.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무 머리를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보여주듯이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나다해도
이 메모를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이렇게 중요한 것이 메모이지만
또 무턱대고 메모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메모했던 정보를 다시 복습하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체계가 세워져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하니까 따라서 메모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한 번 더 공부하기 위해 메모하는 것이고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메모하는 것이다.
기록했던 메모를 다시 보지 않으려면
차라리 메모보다는 강의에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능숙한 유머도, 훌륭한 강의도, 멋진 스피치도
메모를 터득하지 못하면 절대 이룰 수 없다.
특히 스피치에서 메모가 가져다 주는 위력이
아주 강하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유난히 유머나 건배사, 시구절 등
유창한 말솜씨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대단하다고 평가받지만
그 대단함은 항상 메모를 통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필자 역시 메모가 없었다면
오늘의 강의는 거의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정보를 뇌에 입력하고 있지만
그 정보를 오래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노래도, 건배사도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듯이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메모를 통한 스피치 교육이
훌륭한 스피커의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메모는 영원합니다.
2011. 4. 4양 국 진